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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설】오죽하면 중대재해법 헌법소원 심판청구 했겠나?
2024년 04월 03일 [새용산신문]

시행 3년째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중대재해 처벌법)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4월 1일 헌법재판소에 중대재해 처벌법의 위헌성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청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중소기업 단체 9곳과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전국 중소기업인·소상공인 305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이라서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 이후 2년간 적용이 유예됐다가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 됐다. 그간 준비 부족으로 바로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면서 눈물로써 호소한 추가 유예 요청을 정치권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헌재에 문을 두드린 것이다.

정치권의 무능하고 야속한 야당 정치세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2년 추가 유예를 진지하게 추진했으나,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눈치를 본 야당의 비협조로 끝내 입법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 결과 전국에서 80만개 넘는 중소·영세 사업장이 중대재해 처벌법 적용 대상이 된 것이다. 5명 이상의 종업원이나 외국인을 고용하는 식당과 농가, 선장 등이 모두 해당이 된다.

열악한 경영환경 속에 법에서 정한 보건 안전 의무를 이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 안전관리 담당자가 사고 대비를 위한 활동을 충분히 했음을 입증하려면, 수십 종류의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정작 자신이 법 적용 대상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만 강조한다고 중대 재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데, 굳이 중대재해 처벌법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ㆍ증진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정치권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권익 보호를 외치고 있으니 위선이 아닐 수 없다. 중대재해 처벌법은 제정 당시부터 위헌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법 규정이 애매모호 하고 불명확하며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지나칠 정도로 무겁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이 헌재 앞 기자회견에서 “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그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규정해 극도로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한 그대로다.

중대재해 처벌법이 안전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를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벌 규정은 더 무겁다.

중대재해 처벌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주의의 원칙에 따른 처벌수준의 합리화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규정의 명확화를 요구하기 위하여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청구한 이유이다.

헌재가 이 사건을 접수하면 심판 기간(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최대한 신속히 종국 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 수많은 중소기업인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않는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새용산신문 기자  kdy3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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