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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배 교수 칼럼】지구촌 변화 직시할 횃불을 들라!
2024년 01월 21일 [새용산신문]


박상배 순천향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전 한국가스기술공사 상임감사

신춘 정국의 서막이 열린 탓일까, 국가적 명운을 가를 아젠다가 4월 총선에 밀려 줄줄이 뒷전이다. 생산과 수출이 아니면 밥줄이 떨어질 우리에게 당장 글로벌 무역의 요충지인 홍해 무력충돌은 직격탄이다.

가뜩이나 위태로운 공급망 재설계는 둘째치고, 신년 들어 다층적으로 발발한 중동 분쟁의 확산과 이로 인한 원유와 물류 수송 불안은 진행형이다.

러시아·중국 문제에 휘둘리는 국제정세 속에 나라 안팎의 경제기반 또한 영일없는 악재투성이다. 오랜 불씨라지만, 이미 국제질서는 지난 10여년 내연이 지속되면서 새로운 난맥의 시대로 접어들어 왔던 터였다.

미중 갈등을 비롯해 세계화를 구가하던 다자주의 질서의 퇴조는 해를 거듭하며 심화돼왔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전선(戰線)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냉전을 넘어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열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웃 일본의 지진 역시 한반도에 미칠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연초부터 연평도를 시작으로 서해와 동해로 연이어 쏘아대는 북한의 포격은 또 뭔가. 그럼에도 우리 국민의 안보에 대한 불감증은 심한 정도를 넘어섰다.

‘한민족, 우리민족끼리’라는 ‘피의 신화’는 해방 후 분단 80여 년 가까이 되도록 묽어질 대로 묽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조차도 남북관계를 더이상 동족 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는 극단적 입장을 밝히고 나선 상황이다. 대남 도발 징후는 곳곳에 널려있다.

그렇다고 북한의 권력 세습문제도 쉽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일성 부자세습이 고손녀인 열 살 남짓한 ‘애숭이’(‘애송이’의 북한어, 김주애)로 까지 4대 째 왕조가 이어질 움직임을 눈뜨고 지켜봐야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앞서 끌어내린 대담함 때문일까, 임기 5년 단임제 대통령을 인주(印朱)도 마르기 전에 탄핵을 외치는 우리 내부가 말그대로 ‘아사리판’ 아닐까. 그들에게 만만하게 비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반란은 꿈조차 꾸지 못하는 북한 사회는 과연 ‘노예들의 천국’이란 말인가. 지구상 공화국을 표방한 국가 중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 우리 목전에서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경제력만으로 느낄 수 없는 남북의 현격한 차이에 이래저래 탄식만 커져갈 뿐이다.

때마침 지난 1월 19일 일본 산케이신문이 북한 외교관을 지내다 귀순한 고영환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의 북한 소식통을 토대로 작성한 북한 노동자 파업·폭동 관련 보고서를 입수했다면서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와 폭동이 확인된 것은 최초”라고 심상치 않은 보도를 내놨다.

중국내 파견 중인 북한 노동자 파업·폭동사태의 전말은 개인에게 지급할 임금마저 군비사용 목적으로 북한 당국이 착복한 결과에서 비롯됐다. 지난 2020년 코로나 이후 북한 국방성 산하 회사들이 북한 노동자를 중국에 파견하면서 중국 측이 지급한 노동자 임금을 북한의 ‘전쟁 준비 자금’ 명목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에게는 “코로나가 진정돼 북한으로 귀국할 때 한꺼번에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중 교류가 재개된 지난해,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란 걸 알게 된 북한 노동자들이 지난 1월 11일부터 조업을 거부하고 파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파업은 지린성 내 복수의 의류 제조·수산물 가공 하청업체 공장들로 확대됐고, 공장을 점거해 북한 간부를 인질로 삼거나 기계를 파괴하는 폭동도 일어났다고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세상이,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국민의 불안감 또한 높아진다. 국내에서는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말들의 성찬과 끝없는 진영 간 싸움이 오늘도 그치지 않고 있다.

야당 대표의 피습,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 공천관련 눈치싸움에 탈당, 신당 창당 등으로 어수선하다.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벌어지는 이합집산과 명분 논쟁이 가열돼 가고 있다. 4월 총선까지 더욱 기승을 부리며 우리의 눈과 귀의 피로는 더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에도 조용하지 않았지만 선거가 있는 올해는 이래저래 갖가지 지정학적인 리스크로 낙관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의 주범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역도 외생변수가 아닌 정치권 그 자체라고 국민은 보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이같은 어두운 소식들의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꿈과 희망을 주지 못하는 대의기구를 또다시 구성해야 할 시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이 갈등하는 이유다.

분열과 반목이 심화되어 있는 나라가 대외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겠는가는 자명한 일이다. 일주일, 한 달이 지나면 별 의미도 없을 소모성 일들에 대한 다툼이 매일의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국내 정치의 합의를 대외에 적용하는 과정이 국가외교의 요체다. 대북 정책도 마찬가지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절대적인 나라에서 경제력 또한 외교력의 바탕에서 일어설 수 있다.

세상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기술의 진화는 눈부시다. 우리는 4차혁명의 한가운데 들어서 있다. AI가 세상과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모른다. 오늘이 쌓이면 미래가 된다.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뻔히 보이는 장기적 과제들은 손도 제대로 대지 못하고, 미래를 맞는다면 어찌 되겠는가.

이대로 오늘을 보내면 우리가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과거 기술의 진화는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문명을 발전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 진화는 인간의 생활 패턴을 통째로 흔들고, 공동체의 운영구조를 뒤엎을 수도 있는 큰 위협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인공지능(AI)의 진화가 그렇다.

올해는 ‘청용의 해’. 우리가 아시아 시대를 이끌 리더국가 돼야 한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Four Asian Dragons) 또는 아시아의 네 호랑이(Four Asian Tigers)는 냉전기 제1세대에서 일본의 뒤를 이어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아시아의 신흥공업국들, 곧 대한민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4개 국가를 이르던 말이다.

그중에서 한국은 세계 6대 교역국이다. 대만과 함께 반도체와 모바일 등 제조업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교육열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미래는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는 말은 한국인에게 이젠 진리가 된 셈이다.

역경은 깊을수록 딛고 일어설 가치가 커지는 법이다. 우리의 처지를 바로 알고 지구촌 변화를 이끌 횃불을 다시 한번 힘껏 들어 올리는 심기일전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새용산신문 기자  kdy3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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