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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배 교수 칼럼】민심의 바다로 뛰어든 '퍼스트팽귄'
2023년 12월 13일 [새용산신문]


박상배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전 한국가스기술공사 상임감사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삶의 용기와 도전을 일컫는 상징적 관용구(慣用句)로 쓰이는 말이다. 12월 12일 산통 끝에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윤핵관’ 장제원 의원에게서 ‘퍼스트 펭귄’을 떠올려 본다. 어수선한 시기에 조직을 위한 용기와 희생의 가치에 첫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다.

‘동물의 왕국’에서 흔히 소개되는 내용은 인간의 삶보다 더 나은 감동과 교훈을 줄 때가 많다. 한 무리의 펭귄들이 빙산 위에 모여서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흔히 본다. 이때 한 펭귄이 앞장서서 검푸른 바다로 뛰어든다. 이름하여 퍼스트펭귄(First Penguin)이다.

이처럼 남극 펭귄들은 사냥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펭귄 한 마리가 먼저 용기를 내 뛰어들면 무리가 줄지어 바다로 들어간다는 데에서 유래된다.

모두가 두러움에 망서릴 때 무리 중에 한 마리가 용감하게 바다에 뛰어든다 해서 첫 번째 펭귄이다. 여기까지는 그리 감동적이진 않다. 그런데 가령, 이 펭귄들이 모두 배가 고픈 상태이고 먹이를 찾기 위해서는 바다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분명 먹이가 있는 바다에 뛰어들어야만 사냥을 하고 생명을 이어 갈 수 있다. 하지만 남극의 차가운 바다 속에는 바다표범과 범고래, 물개 등 득실거리는 포식자들에게 먹이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살아 돌아올 확률도 희박하고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기에 두려움은 더하다.

우리는 이 무리들에 앞서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든 펭귄, 퍼스트펭귄(First Penguin)의 상황을 놓고 여러 분석을 통해 상념을 갖게한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위험이 클수록 이득도 크다(high risk, high profit)고 볼 수 있고, 리더십 면에서도 잡아 먹힐 위험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용기와 개척정신을 꼽을 수 있다.

그중 으뜸의 가치는 희생이다. 집단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퍼스트 펭귄은 바다속의 여러 포식자들의 먹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스로 물개의 먹이가 되어 주어야 나머지 펭귄들이 안전하게 먹이 사냥을 할 수 있다. 무리들 가운데 누군가가 물개의 먹이가 돼야 한다면, 자기 자신이 그 누군가가 되어 주겠다는 행위를 상상해 보라.

분명 남을 위한, 집단을 위한 이타적 행위다. 이 같은 동물의 희생과 봉사적 행동은 꿀벌에게서도 관찰된다. 벌이 침을 쏘면 내장까지 빠져서 결국 죽게 된다. 그런데도 벌들을 외부로부터 집단의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적에게 침을 쏘고 자신은 장렬히 죽다.

다른 한편에서는 집단의 선택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황제 펭귄들은 물개들이 기다리는 바다 앞에서 아무도 먼저 바다에 뛰어들려고 나서지 않을 때, 집단은 한 마리 펭귄을 밀어서 바다에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종종 아프리카 밀림에서도 목격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들소들이 사자들의 공격을 만나면 방어적인 형태로 보인다. 그리고 집단 가운데 한 마리를 사자쪽으로 밀어낸다. 집단에 의하여 선택된 그 들소들은 사자의 먹이가 되고, 나머지 들소들은 안전하게 이동한다.

이 모두가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근 일련의 사태와 오버랩되는 동물의 세계다. 혁신위는 장 의원의 입장 발표가 있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 그간 의결한 1~6호 혁신안을 종합 보고했다.

혁신안에 특정 인물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최근 지도부에 ‘김·제·동’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제·동’은 김기현 대표, 장제원 의원, 권성동 의원을 뜻한다.

‘국민의힘’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오로지 당권 수호와 기득권 유지에만 휩쓸려 골몰하고, 여야 관계는 정쟁으로 지새우는 모습에서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민생이 실종된 지는 이미 오래다.

당내 민주주의 조차 “숨 쉴 공간이 없다”, “고쳐 쓸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일각의 아우성에도 ‘내부총질’로 몰아세우며 단합과 안정을 외치는 친위그룹만 횡행한다.

여야가 4개월 뒤 뛰어들어야 할 ‘민심의 바다’는 그 어느 때보다 험악하다. 역대 최악의 21대 국회가 저믄 시점까지도 역할과 본분을 망각한 체 오로지 차기 총선 외엔 안중에도 없다.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은 곳곳에서 불거져 나왔다. 많은 국민들은 여야의 모습에 실망하고 있다. 갈등과 다툼은 지금까지 이어져 당 대표 출신이 탈당해 당을 만든다고 으르고 어른다.

민주당 또한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포함해 ‘국민평균 수준에도 미달하는 도덕성’과 의심가는 인성으로 무장한 호위무사의 활개만 즐비하다. 당 혁신위가 지도부·중진·친윤 의원 등에 대해 험지 출마나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그간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장 의원이 물꼬를 튼 데 이어 김기현 대표도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이 이 정도로 여권의 쇄신을 체감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총선 4개월 전에 여권이 처한 상황이 처참하기 때문이다. 그간 기득권이란 아성 구축에만 몰두해온 여야 모두의 행태로 미루어 볼 때, 어떠한 변화와 혁신을 도출해 낼지 선명성 경쟁이 남은 관심이다.

새용산신문 기자  kdy3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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