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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배 교수 칼럼】‘한동훈 신드롬’이 던진 의제
2023년 12월 12일 [새용산신문]


박상배 순천향대 에너지공학과 초빙교수, 전 한국가스기술공사 상임감사

‘자생이냐 배양이냐’ 인재 육성론에 관한 정치권의 해석은 분분하다. 도제식 교육과 같은 입문과정이 필요했다. 거목 정치인의 문하생을 거쳐 정계 진출하는 것이 그간의 정석 코스로 여겼다. 하지만 근자에 와서는 시대의 풍운을 타고 새로운 인물이 속속 혜성처럼 출현 중이다.

정계 입문을 목전에 둔 한동훈 법무장관이 총선 넉달를 앞두고 국회에서 높은 대야(對野) 전투력과 특유의 ‘배려심’으로 열광적인 지지층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이른바 새 인물론으로 정치권에 신드롬(증후군)을 몰고 왔다. 한 정치인으로 대성하기까지 ‘크는 것이냐 키우는 것이냐’의 의제가 그래서 새롭게 떠돈다.

하지만 앞서간 정계 거목들의 인재관은 매우 역설적이다. 상도동(김영삼), 동교동(김대중)의 경쟁적인 인재발굴 육성에 반해 다소 미온적이었던 JP(청구동 김종필)는 ‘자력갱생론’이 평소 지론이다. JP는 ‘사람을 키울 줄 몰라 곁을 지킬 사람이 없다’는 주변의 비판이 늘 따랐다. 그때마다 “정치에서 누가 사람을 키우나, 스스로 크는 것이지...”라고 응수했다. “가는 사람 안 잡고 오는 사람 안 막는다”는 필요에 따른 인간관계 철학도 독특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처삼촌으로 둔 그였지만 화려한 경력의 대부분은 특별한 도움없이 자력갱생했다는 주장이다. 5.16혁명의 ‘주체’였고 민주화의 물결이 일던 80년 ‘서울의 봄’ 때에는 ‘유신의 잔당’이란 공격에 “잔당이 아닌 ‘본당’”이라고 자처했다. 오히려 견제의 나날이 많았다는 푸념도 빼놓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정치는 오히려 퇴행적 행태를 더했다. 정치적 사상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동서로 나뉘고 남북으로 갈라서 200여 년을 정쟁했던 조선의 붕당정치를 크게 벗어나질 못했다. 그렇게 쌓은 철옹성은 40여 년 ‘3김정치’를 유지하며 또 다른 형태의 권위주의와 지역 패권주의 성격이 강화되는 듯했다.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지역기반을 중심으로 나뉜 표심은 여전히 3남권의 그늘에 놓여있다. 이른바 오늘날 ‘험지론’이다.

영·호남, 충청을 기반으로 한 3김의 막강한 영향력과 그 같은 한국 정치시스템에서 형성된 인적 구조 아래서 ‘메시아’적인 인물탄생 경로는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오로지 절차탁마(切磋琢磨)요, 청출어람(靑出於藍)만이 트인 경로일 뿐이다.

지난 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장래 대통령감이 누구냐”는 차기 지도자 선호 조사(한국갤럽, 12월 5~7일) 에서 한 장관이 16%로 여권 1위, 전체 2위로 나왔다. 19%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한 결과라서 정치권의 주목을 끌었다. 정치권에 짐도 풀기전 나온 결과다.

한 장관은 최근 국민의힘이 ‘훈 (한동훈)비어천가’를 부른다는 민주당의 지적에 대해 “나를 띄운 것은 국민의 힘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저를 띄운다는 점에 많은 분이 공감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분노와 증오는 송영길 전 대표의 어린놈, 건방진 놈, 물병을 머리에 던지고 싶다고 할 만큼 가히 ‘야권의 공적’이요 표적 대상이다.

실제 그의 정치적 자산은 이재명 대표에게 퍼부은 국회의 맹폭 장면들이 주종이다. 자신을 포함한 검사 탄핵에 대해서도 일제 샴푸, 초밥, 소고기 법카 구매를 꺼내들며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도덕적 문제성에 대해 비판했다.

검찰은 대한민국의 사법 질서를 지키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며 "잘못한 사람 솎아 내면 되는 것이고 문제를 바로 잡으면 되는데, 민주당이 검찰을 악마화하는 이유가 정말 그런 취지냐"며 숨은 저의에 기염을 토했다.

도덕적 타락을 텃세로 일삼는 여의도 정치문법 따윈 깡그리 무시하려는 것도 기존정치에 대한 대중 혐오층에 공감대를 넓혔다. 한 장관은 “여의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는 ‘여의도 사투리’ 아니냐”며, “나는 나머지 5000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했다.

한 장관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혐의를 받고 있는 송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향해 ‘사법고시 합격했다고 갑질한다’고 발언한데 도덕성을 따졌다. 그는 “송 전 대표 같은 일부 운동권 정치인들이 겉으로 깨끗한 척하면서 NHK(룸살롱) 다니고 재벌 뒷돈을 받을 때, 저는 어떤 정권에서든 재벌과 사회적 강자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게 했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보수진영에서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에게서 보지 못한 저돌적 반란에 “일당백” “속이다 시원하다” “똑똑하고 말 잘한다” “자기 흠 없으니 당당하다”는 박수가 나왔다.

동시에 사사건건 달려든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으니 중대 사안을 선별해 대응해 달라는 귀띔도 있다. 너그럽게 받아넘길 수 있는 여유있는 자세를 주문한다. 자생력을 위한 재무장이 필요한 시점하다.

‘산 하나에 호랑이 두 마리가 살 수 없다’는 격언처럼 서둘러 후계구도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예전엔 생각도 못한 일이다. 더구나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에서 한 장관의 향후 행보는 불편스러울 수 있다.

한 장관의 정치 입문을 반기는 것은 목전의 총선 부양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를 감수할 권력구조 내 수용태세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본인의 보완점 뿐만 아니라 켜켜이 쌓인 당정 쇄신책에 관한 입장 정리부터가 ‘한동훈신드롬’에 걸린 의제의 시발점이 아닐까 한다.

새용산신문 기자  kdy3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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