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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배 칼럼】반성과 쇄신의 화답 조건
2023년 10월 24일 [새용산신문]


박상배  전 한국가스기술공사  상임감사

총선을 반년 앞둔 정치권에 대해 환멸과 갈증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정치인들을 향한 실망은 여야 불문이다. 아예 정치인도 외국에서 수입해 보면 어떨까하는 자포자기가 많았다.

국민의힘이 당의 쇄신 작업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우리나라 ‘특별귀화 1호’인 인요한(64, 존 린튼)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해 주목을 끈다. 강서 보선 참패후 ‘반성과 쇄신’이 화두인 집권 여당의 주요 요직에 ‘벽안의 귀화 외인’의 등장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찌보면 고육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남 순천에서 낳고 자란 인요한 교수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현실을 너무도 잘 아는 토종 내국인이나 다름없다. 애국 애족의 구호를 입에 달고 사는 기성 정치인들 보다 더 한국과 한민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묻어난다.

인도적 차원의 결핵퇴치를 위해 북한을 29번 드나들면서 “인천이나 김포공항에 내리면 갑자기 눈물이 흐르고 땅바닥에 뽀뽀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선교사로 첫발을 내딛은 이후 120여 년 4대에 걸쳐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온 보람된 삶으로 한국 사람과 같이 살았다.

그가 선조들로부터 듣고 느낀 한국인에 대한 감동은 서민들이지만 그렇게 나라를 사랑는 애국심과 서로를 아끼는 동정심은 세계최고로 꼽았다. 이 같은 긍정적인 국민적인 역량이 서로 견제하고 싸움으로 소모돼 국가적인 역량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지적하며 ‘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산업화 민주화 과정도 함께 겪어왔다. 그는 대학 재학 중 5·18 민주화운동 시민군의 외신 통역 활동을 했고, 최초의 한국형 앰뷸런스 개발에도 나섰다.

북한 결핵사업을 위해 형제들과 유진벨 재단을 설립하고 북한에 200여 개 결핵진료소를 설치했다. 2005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고,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호남(전남 순천) 출신’ ‘특별 귀화 1호’ ‘비(非)정치인’ 등의 다양한 타이틀을 가질 만큼 ‘쇄신’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앞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도 합의했는데, 유능한 미국 정치인들을 무관세로 수입해 한국 정치를 개선하는 작업을 턴키 베이스로 맡겨 봄직도 하지 않을까(?) 반농담조로 회자되던 때도 인 교수가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할 무렵이다.

인 교수가 혁신위원장직을 수행할 미션은 ‘대개조(大改造)’다. 창당 수준의 비상한 각오가 요구된다. 이를 추동(推動)할 대의와 명분의 힘은 어디에서 발산돼야만 할까. 한마디로 자신과 시대를 넘어선 ‘초월’ 그 이상의 ‘극한의 초월’의 입장에서 발현될 것으로 믿는다.

푸른 눈을 가진 한국인,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이기를 갈망하며 살아왔다. 지역갈등을 넘어, 여야 진영과 이념의 벽을 허물고, 국민 통합의 길을 외치고 있다. 더구나 이전의 삶도 그렇듯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초월할 수 있는 것이 힘의 원천이다.

이를 간파할 줄 아는 인 교수는 먼저 자신에 대한 입장부터 정리했다. 내년 총선 출마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불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총선 출마 계획을 묻는 말에 “그건 다 내려놓은 것”이라며, “그간 여러 말도 있고 유혹도 있었지만, 이 일을 맡은 동안에는 다른 것은 없고 다 내려놓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씀드린다. 이 일을 성공시켜야 된다”고 소명을 앞세웠다.

김기현 대표 역시 “혁신위는 전권을 가지고 자율적·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영남당 구중(九重)에서 호남 대통령론의 심중을 내비칠 만큼 거침없는 캐릭터와 살아온 궤적(軌跡)을 비추어 볼 때 국민의 눈높이로 접근할 적임자로 본 것이다.

혁신위가 내놓을 활동과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당 안팎의 이해관계가 매우 첨예하다. 혁신안에 공천 방식 변화나 인재 영입에 관련한 내용이 담길 것은 물론이다. 이를 골간으로 출범하는 총선 준비기구나 인재영입위원회, 총선 공천을 논의하는 기구인 공천관리위원회의 활동에도 영향은 불가피하다.

인 교수가 그간 살아온 삶의 소신과 당의 쇄신 방안, 혁신위 결론 등이 한데 어우러질 것인지, 겉돌게 될 것인지 국민은 관심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최대한의 수용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당 대표를 사퇴시키고 비대위를 구성하자고 맞설 경우라도 수용해야 할 전격적인 태세와 각오는 태산같이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다.

기사회생 했던 과거 총선의 전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도자의 원칙과 소신, 강단있는 리더십은 ‘사느냐 죽느냐’의 중대 기로에서 주목의 대상이다.

새용산신문 기자  kdy3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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