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박상배 칼럼】에너지 안보, 전략 비축유에 빈틈없나
2023년 10월 14일 [새용산신문]

 


박상배  전 한국가스기술공사  상임감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긴박감이 확전일로로 치닫고 있다.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충격 흡수를 위한 비상한 대비책이 시급한 때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중동분쟁은 매번 겪는 청천벽력이다.

한국은 원유의 67%와 가스의 37%를 이 지역에서 조달한다. 당장 10일 현재 국제유가가 5% 가까이 급등해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이 하마스를 지지하고 나선 만큼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가 강화되거나 직접 공격을 가정할 때, 국제유가는 천정부지로 뛰게 된다. 그만큼 국가 경제와 기업에 미칠 피해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팬더믹 충격에서 회복하던 한국 경제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크게 휘청거렸다.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했고, 물가도 요동쳤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급감하며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에너지 무기화에 따른 공급망 위기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에서까지 전면전으로 번져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직면하게 된다면, 한국 경제가 입을 피해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유가가 급등할 경우 안 그래도 꿈틀대고 있는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에너지 안보는 이처럼 매우 복합적이면서 일파만파 국가와 민생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강(强)달러 현상에 따른 고환율도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높이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정세 불안정으로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면 수출 반등을 기반으로 한 경제 회복 전략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앞서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지금까지 6차례 공급 위기에 따른 크나 큰 유류파동을 겪어왔다. 이란 석유 산업의 국유화에 따른 분쟁(51년), 수에즈 운하 국유화로 일어난 제1차 중동 전쟁(56년), 제2차 중동 전쟁(67년), 리비아의 석유 생산 제한(70년), 제4차 중동 전쟁 (73년, 제1차 석유 파동), 이란의 회교 혁명(79년)과 이란-이라크 전쟁 (80년, 제2차 석유 파동) 등 중동 사막에 바람 잘 날 없다.

사실 석유 공급이 끊길 가능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예견할 수 있다. 첫째 OPEC 산유국에 의한 공급 삭감, 둘째 내분 등에 의한 산유국 행정·관리 기능의 혼란, 셋째 사고·재해에 의한 공급 중단, 넷째 산유 지역에 있어서 전쟁 등에 의한 공급 중단 등이다. 중동 지역을 ‘화약고’로 부르는 배경도 종파 간 분쟁과 영토분쟁에 따른 불안요인이 뿌리깊게 잔존해온 대립적인 이슈였다.

중동 국가들이 이런 전쟁 이슈에 말려들면, 전 세계 석유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다. 당장 원유를 수입해 써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원유 수입 가격이 올라가면서 무역 적자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무역 적자로 국내에서 달러가 빠져나갈 경우 원화 하락(환율은 상승) 압력이 가해지면서 국내 물가가 덩달아 올라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다수의 아랍권 국가들과 벌이는 전쟁이 아니라는 점에서 50년 전 이집트·시리아 등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침공하면서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과 다소 차이는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을 배후에서 지원해온 이란 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경우 유가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우리와 같은 비산유국은 전략비축유(SPR)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유국으로부터의 공급중단이나 수송상 장애 등으로 석유공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석유가격이 급등하는 등 비상상황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국제기구인 IEA(국제에너지기구)를 설립하였다.

1974년 OECD 회원국 중심으로 비축 대상 종류는 원유, 석유제품(휘발유·등유·경유·중유·항공유), LPG(프로판·부탄)이다. IEA 회원국 중 모든 석유 순수입국들은 전년도 일평균 순수입 물량의 90일분 이상에 해당하는 비축유를 보유해야 한다.

한국은 2022년 3월 기준 9곳의 비축기지(여수·거제·울산·곡성·평택·서산·용인·구리·동해)를 운영하고 있다. 비축시설의 저장가능 용량은 146백만 배럴에 이른다. 비축기지 중 4곳은 입출하 및 정제를 위하여 국내 정유시설과 가까운 해안에 위치한 원유기지(여수·거제·울산·서산)이고, 4곳은 석유제품기지(곡성·용인·구리·동해), 1곳은 LPG기지(평택)가 위치해 있다.

“돌이 없어서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을 25년간 지낸 자키 야마니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에너지 자원은 부존량보다 다른 자원에 견줘 효율성의 높낮이가 더 중요하다.

지난 몇 년 지구환경을 비롯한 에너지 대전환 붐에 기대어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에 정책적 지원이 급속히 쏠린 면이 적지 않다. 화석연료(석유 가스 등)의 전략적 활용과 에너지 믹스 운용 상황까지 집중 점검 할 적기다.

세계 주요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 대중동 에너지 협력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중동 내 유·가스전 개발 참여를 통해 지분 확보, 석유공동비축 협약 추진, 비축시설 용량 확대 등 경제강국 면모의 대비책 마련과 자원빈국으로서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새용산신문 기자  kdy3300@naver.com
“”
- Copyrights ⓒ새용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새용산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