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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필》 잊을 수 없는 어느 봄 날 . . .〈1〉 / 글 _ I.O.U 민서현
2022년 04월 17일 [새용산신문]

민서현 본지 논설위원 / I.O.U 대표 민서현

봄은 아직 멀었는데 나는 벌써 봄을 생각한다.
얼음짱 밑으로 흐르는 봄의 소리가 나는 들린다.

50년 전의 잊을 수 없는 봄날.....
가까운 듯 아스라한 듯 ....
영하의 날씨에 아랑곳 없이 나는 혼자서
그 봄날을 즐긴다.

눈 어두운 은발의 이 남자가 그 날의 그 남자임이
참 신기하다.

잊을 수 없는 어느 봄 날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던 부엌 아줌마가
며칠전부터 시집을 간다고 들썩대더니
어제 저녁 마침내 우리집을 떠났다.

설상가상으로 잘 계시던 할머님마저
서울 증손자의 돌잔치를 보신다고 상경하셨다.
아버지 엄마 출근하고 동생들 모두 등교하니
나는 갈데 없는 부엌 신세다.

텅빈 집안에 혼자 남아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연탄도 갈고 빨래도 했다.
그리고 서울 가시면서 할머니가 신신 당부 하신대로
닭모이도 주고 할머니 하신대로 닭장 문을 열어
앞마당에서 닭을 가끔 놀게도 해주었다.

작년 추석에 그이가 씨암닭 한 마리를
아버지께 보신용으로 상납했는데
매일 아침 한 개씩의 알을 낳아 주는 바람에
오히려 식구들의 귀염둥이로 자리매김한 터였다.

점심을 먹고 모이를 주러 나가보니
닭장에 닭이 없다.
잠가놓은 철대문과 높다란 담장에서
닭이 빠져 나갈 틈은 전혀 없는데 .......

앞뜰에서 뒷곁으로, 지하실이며 화장실, 창고까지
뒤졌는데도 벼슬이 작은 우리집 닭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이가 사온 것도 아니고 그이가 사다준 닭인데....
덜컥 가슴이 내려 앉는다. 
                                                       〈계 속〉
민서현 본지 논설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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