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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어는 지적인 존재”… 양식 반대 나선 세계 과학자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2022년 03월 18일 [새용산신문]
생물학적으로 양식하면 스트레스 극심
양식은 오히려 환경문제 더 키워


문어는 아시아부터 지중해까지 인기 높은 음식이다. 문어를 음식에 사용하기 위해 세계가 매년 잡아들이는 어획량은 약 35만t. 1950년에 비해 10배가 넘는 양이다. 중국이 전체의 3분의1을 잡는다. 문어는 세계에 약 300종이 사는데 이 중 100종 이상을 인간이 식용으로 잡는다. 이 때문에 문어를 번식시킬 양식 비결을 찾기 위한 양식업자들의 경쟁이 수십 년째 이어져왔지만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사실 문어는 양식하기 까다로운 생물이다. 문어의 생물학적 특징이 양식에 잘 맞지 않는다. 문어는 무리 지어 사는 초식동물이 아니라 독립성이 강해 자기 영역을 지키며 외톨이 생활을 하는 육식동물이다. 특히 세력권에 굉장히 민감해 영역 싸움을 하면서 서로 잡아먹는 습성이 있다. 만약 좁은 공간에서 많은 문어를 집약적으로 기른다면 이런 공격성을 보일 게 틀림없다. 더구나 새끼문어들은 살아있는 먹이만 먹고 살을 먹고 난 뒤 남은 뼈는 뱉어낸다. 배설물과 사료 찌꺼기로 인한 수질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폐사율이 높아 문어 양식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스페인에 본사를 둔 수산물 다국적기업 누에바페스카노바(NP)가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미 다섯 세대에 걸쳐 문어 양식에 성공했다. NP는 올 여름부터 문어 양식을 시작해 이르면 2023년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며 연간 3000t의 생산량이 목표다. 다만 탱크의 크기나 문어의 먹이, 도축 방식 등 양식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문어의 양식이 가시화되자 동물보호단체와 과학자들은 어렵게 길을 찾아낸 세계 최초의 상업용 양식에 즉각 반발했다. 인지 자극이 없는 척박한 양식 탱크에서 문어들이 자랄 경우 스트레스를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국제동물복지단체인 CIWF(Compassion In World Farming)는 세계 각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문어 양식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리스톨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제이콥 빈터 박사는 문어가 식량 안보에 필수적이지 않은 데다 높은 인지능력을 가진 생명체여서 식용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똑똑한 문어를 산 채로 요리하는 것은 물론 취식하는 것도 ‘학대’라는 것이다.

문어는 강아지 정도의 지능을 지녔다. 코코넛과 조개껍데기 같은 도구를 이용해 자신을 숨기거나 방어하고, 훈련받은 녀석은 다리로 병뚜껑을 열 수도 있다. 포유동물만의 특권인 장난도 칠 줄 알고 심지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도 알아본다.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은 머릿속에 기억해 살갑게 굴고, 학대하거나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경계한다. 뭔가 한 번 기억하면 기억력이 다섯 달 동안 이어진다. 문어에 정교한 신경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300건 이상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문어는 ‘지각이 있는 생물’이라고 결론 내렸다.
과학자들이 문어 양식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뉴욕대학교 환경학 교수 제니퍼 자켓에 따르면 육식동물인 문어는 자기 몸무게의 2~3배에 달하는 먹이를 먹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문어의 사료로 물고기와 무척추동물을 마구 잡아들인다면 식량 안보 개선이라는 목표가 오히려 환경문제라는 또 다른 결과를 낳을 게 뻔하다고 한다. 현재 지구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3분의1은 주로 다른 동물들의 사료로 쓰인다. 그중 절반이 양식업에 사용된다.

현재 유럽연합(EU)법은 척추동물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스페인 양식장에서 양식된 문어들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 또 문어를 보다 인간적인 방식으로 도축하는 것과 관련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도 없다. 이와 관련해 세계의 여러 나라는 척추동물에만 적용되던 법안을 바닷가재·문어·게·오징어 등 무척추동물에까지 확대 적용하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21년 5월 발의된 영국 동물복지법에 문어, 오징어, 바닷가재 등을 포함시켜 적용하겠다고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이는 영국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고 아직 법률로 제정되지는 않았다.

스위스와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 유럽의 일부 국가는 영국보다 한발 앞서 연체동물과 갑각류, 어류에 대한 고통 금지 논의가 이뤄졌다. 이미 스위스에선 무척추동물을 끓는 물에 산 채로 넣어 요리하는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산 채로 바닷가재를 삶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노르웨이에선 연어를 절단하기 전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마취해야 한다. 해산물을 요리하기 전에 미리 전기충격을 가해 기절시키거나 죽여야 하는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에 무슨 호들갑이냐고 난리를 칠 사람들도 분명 있을 듯하다. 하지만 세상은 문어의 권리를 인정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음이 분명하다. 늘 반복되는 새해인 것 같지만 세상은 여전히 바뀌어가고 있다.
서울경기행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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