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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라인강의 기적은 국민정신
권이종
본지 자문위원장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독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 취득
아프리카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장
국제시장 영화스토리 주인공
2022년 01월 05일 [새용산신문]

대학 다닐 때, 한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독일의 전쟁 후 모습이 한국의 전후 상황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는 독일이 원래부터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니 독일도 그 시작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은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의 전 국토가 잿더미였다. 우리 대학이 있는 아헨 지역만 해도 전체 건물이 폭격 당해 도시의 70~80퍼센트가 파괴되었으며, 다른 도시들도 다소 차이는 있지만 베를린 같은 대도시는 90퍼센트 이상이 폐허가 되었다. 전쟁 후 독일 국민들의 삶은 참으로 비참했다. 가난과 굶주림이 이어졌다.
1948년 한 신문 기사의 내용을 보면 이렇다. 국민의 20퍼센트가 아침식사를 굶고 일을 나갔다. 루르지방의 라인강 다리 공사현장에서는 노동자를 일찍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 이유는 굶주린 노동자가 허기증 때문에 일하다가 넘어져서 강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국민들의 영양실조 현상으로 노동 시간도 단축했다. 국민들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혼란스러웠다. 국민들은 꿈도 희망도 없는 날들을 살았다. 재기 불가능하다고 삶을 포기했던 국민들이었다. 파괴가 워낙 심해서 도시를 복구하는 데 500년도 더 걸린다고 예측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더욱이 큰 문제는 전쟁에 끌려간 남자들이 대부분 사망하거나 부상자로 돌아온 것이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주로 여성이나 미성년자뿐 이었다. 베를린의 경우 전쟁 후 잔해를 치우는데, 작업 도구도 없이 여성과 아이들 6만여 명이 동원되어 정리했다. 물자가 부족하여 벽돌 한 장 한 장 모아서 건물을 짓고, 나무 한 토막까지도 다 수거하여 땔감으로 사용했다. 빈 땅이 있으면 채소와 곡식을 심어 생계를 유지했다. 베를린 현 국회의사당 광장을, 당시에는 밭으로 일구어 곡식을 심었을 정도였다.” 이렇게 절망국가를 희망국가로,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 독일 국민이다. 그랬던 나라가 지금은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전쟁 후 독일과 유사한 환경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었다.
정부의 경제 정책과 고급 노동력을 바탕으로 독일은 역사상 전례 없는 신속한 경제 복구를 이루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국민들의 근면, 성실, 절약 정신이었다.
전쟁을 겪은 독일 사람들은 말한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 어려웠던 시절의 삶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물 한 방울도 아끼고 또 아끼며 살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물을 아낀다. 나는 독일의 모든 에너지 시설이 자동화 된 이유도 아마 전쟁 후 기성세대의 절약하는 생활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 절약 정신이 다음 세대까지 대물림 된 것이다.
처음 막장에서 일할 때, 독일 광부들을 보며 이해가 안 갔던 게 있다. 일하는 것을 감시하는 사람도 없는데, 마치 일에 미친 사람처럼 숨도 고르지 않고 내 일처럼, 주인처럼 부지런히 일을 하는 것이었다.
나도 광부로 일을 하며 주말이면 돈을 더 벌기 위해 과일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나도 누구 못지않게 부지런하다고 자부하는데, 독일 사람들의 근면 성실함은 따라 갈 수가 없었다.
독일 사람들의 부지런함은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항상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독일에서는 어떤 주부도 놀거나 쉬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우리가 ‘유럽의 집’을 떠올리면 색색의 꽃이 핀 아름다운 정원이 떠오르는 것처럼, 독일 가정집 역시 유럽풍 발코니에 꽃이 가득하다. 이 꽃들은 독일 여성들의 부지런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정원이 있는 경우는 주인이 많은 시간을 정원 관리에 투자한다. 발코니와 정원에 계절에 따른 아름다운 꽃이 항상 피어있는 것을 보며, 독일 주부들의 부지런함에 감탄하곤 했다.
독일 사람들의 성실함은 길안내에서도 느낄 수 있다. 독일 사람들은 길안내를 지나치게 꼼꼼하게 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길을 물어보면 짧게 몇 초 안에 알려주는데 독일 사람들은 끝도 없이 길안내를 한다. 같은 말을 하고 또 해서, 답을 듣는 데 5분 이상 걸린 적도 있다. 인간 네비게이션이다. 공부할 때도 독일 친구들에게 질문을 하면 자기가 아는 것을 다 이야기해 준다. 아마도 독일의 토론 문화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대답이 너무 길고 친절해서, 더 궁금한 게 있어도 질문을 안 한 경우도 있었다. 더러는 매우 자세한 설명에 지쳐서 질문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물론 질문도 아주 구체적으로 묻고 또 묻는다. 독일인의 성실함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날 것이다.
서울경기행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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